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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우리 이웃의 역사,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이었을 수도 있는 역사를 알아가고자 하는 취지로 <마을 RPG - 마을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라>가 작년에 이어 두 번 째로 남구 지역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34팀과 함께 진행되었다.

비와 추위로 인해 고생스러웠던 작년과 달리 날씨도 좋아서 1등 수상을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내내 뛰어다녔다는 참가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지급된 빨간색 티셔츠 만큼이나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학업과 컴퓨터게임 등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운동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팀을 이루어 함께 미션을 수행하며 마을을 뛰어다닐 수 있었던 <마을 RPG - 마을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라>는 여러모로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영선시장 인근의 영선못에서 있었던 1938년에 진행되었다는 대구 빙상경기대회를 알아보고 대구지역의 고등학생들의 2.28 민주화운동과 명나라 장군 두사충에게서 유래된 대명동의 지명 그리고 야시골과 탑동네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던 10가지의 미션들은 참가자 모두에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우리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아직 일학년이라 해도 고등학생이다 보니 친구들과 학교가 아닌 교외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더더욱 같이 좋은 활동한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이다. 그런데 문화의 집 소속이신 정호열선생님에게 마을RPG행사를 접했다. 나는 북구에서 거주하고 통학을 하다 보니 이 행사의 활동범주인 대명동 일대에는 관심이 크게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여름에 중국으로 해외봉사를 가서 알게 된 기관인 ‘대구광역시청소년문화의집’에서 주최하니 믿음이 가서 반 학우들과 시간을 맞춰 신청을 했다. 학우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많은 친구들이 가기를 원해서 보통 4명으로 구성된 팀이 많았지만 우리팀은 5명으로 구성했다. 팀 이름은 고민 끝에 학교 매점에서 젤리를 열려서 파서 먹는 간식인 ‘코코짱’으로 지었다. 여고의 낙인 ‘코코짱’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는 의미이다.

행사당일 우리들은 부푼 마음을 가지고 ‘문화의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팀원들이 정확히 무슨 활동을 하는 지 계속 물었지만 나 또한 확실히 아는 것이 없어 못 가르쳐 줄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제3회 마을RPG를 할 때는 인터넷공지에서 활동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문화의집에 도착해서 일단은 생각보다 큰 스케일에 놀랐다. ‘꿈사팀’정기모임마다 왔지만 문화의집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부스에 가서 빨간색 활동티셔츠를 받고 팀 단체로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붉은색의 티에 노란색 글씨가 적혀있었는데 받을 때는 중국스타일의 옷 느낌이 났지만 입으니깐 참가자가 눈에 확 들어오면 나름 귀여웠다. 제1회 때는 활동티셔츠가 없었던 것같다. 제1회와 제2회의 사진을 비교해 봤을 때 활동티셔츠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시간이 지나고 마을RPG에 대한 설명과 팀장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출발순서를 정했다. 아쉽게도, 나 때문에 우리팀은 가장 마지막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진행자께서 마지막 출발팀에게만 일찍 들어오는 팁을 주셨다. 바로 ‘2.28민주화 운동’으로 먼저 가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팀의 활동시작이 모두 이곳이다 보니 몰려서 순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체되었다. 다행히 우리팀은 한번에 ‘이구동성’을 성공해서 기분 좋게 2.28결의문을 낭독하고 다른 장소로 출발했다. 시작부터 정신없게 우리는 지도를 보면서 달려서 이동하고 열심히 미션을 수행했다. 특히 기억나는 미션장소는 표지석만 남은 영선못, 야시골(한자어로는 호곡-狐谷) 그리고 두사충(杜師忠)장군에서 유래된 대명동(大明洞)이다. 우선 영선못은 미션이 가장 어려워서 기억에 남는다. 표지석이 나오게 점프샷을 찍는 것인데 몇 번의 실패 후 성공했는데 머리카락이 짤려서 실패했다는 것을 듣고 조금 짜증나긴 했지만 그래도 룰은 룰이니깐 인정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다행히, 그 후 감을 살려 빨리 성공했다. 이 미션이 끝나고 너무 다리가 엉덩이를 계속 쳐서 엉덩이가 우리했다. 야시골의 미션은 ‘몸으로 말해요’인데 우리의 팀워크가 가장 잘 발휘되서 좋았다. 우리팀원인 민주가 차갑다는 것을 자신에게 물을 뿌려가는 열정으로 설명을 해줘서 한번에 제한시간을 남기고 끝냈다. 반면, 대명동(大明洞)에서는 인문계 고등학생으로 부끄러웠다. 미션은 이순신장군이 두사충에게 우리나라를 두 번이나 도와준 것의 감사를 표하는 한시를 순서를 배열해 맞추는 것이었다.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한번 실패하고 다음에 겨우 맞춘 것은 문제가 있다. 그 미션을 끝내고 다른 미션장소로 이동하면서 우리팀은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 중간중간 미션실패와 길을 잘못 든 탓에 순위권에는 들지 않아 우리 팀에게는 상품이 없었다. 조금 아쉽기는 하나 친구들과 언제 이렇게 모르는 동네에서 같이 뛰어볼까. 숨은 마을의 이야기를 찾는 취지에는 조금 벗어나나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마을RPG시상식 전에 ‘문화의 집’에서 배우고 연습하는 팀들의 공연이 있었다. 아이들의 악기연주는 그냥 있어도 귀여운데 열중하는 모습이 귀여움을 증폭시켰다. 또 중국해외봉사 준비 때 연습하던 것과 비슷한 공연이 있으면 더 눈길이 갔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져가니 댄스팀의 공연이 있었다. ‘문화의집’에 갈 때마다 연습하러 가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이정도로 멋진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몇몇 공연들은 콘서트에 온 것만 같았다.

공연 이외에도 ‘문화의 집’ 앞에 페이스페인팅, 케리커쳐, 성문화, 다른나라이해, 벼룩시장등 다양한 볼거리, 할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이런 행사들은 북구에서도 했으면 좋겠다. 특히 마을RPG는 아이디어가 참신한 해서 한번 북구판도 해보고 싶다.